런던의 미용실은 왜 이렇게 다를까? — 다문화가 ‘당연함’이 되는 곳에서 배운 것들

화려한 패턴 셔츠를 입은 여성이 노란 전화 수화기를 들고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짧은 곱슬머리와 큰 후프 귀걸이가 특징적이다.
런던의 미용실은 왜 이렇게 다를까? — 다문화의 ‘당연함’이 가르쳐주는 것들

오늘은 제가 런던에서 일할 때 느꼈던 “미용실의 근본적인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먼저, 일본은 인구의 90% 이상이 동일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말 그대로 “거의 단일 민족” 국가입니다.
반면 런던은 정반대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남미… 모든 것이 섞여 있습니다.
“100% 순수 브리티시 혈통”을 가진 사람은 실제로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미용실도 자연스럽게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 • 일본인·아시아인을 중심으로 한 살롱
  • • 아프리카계의 컬리 헤어 전문 살롱
  • • 서양인 특유의 가늘고 부드러운 모발을 잘 다루는 살롱
  • • 어느 한 범주로 정의하기 어려운 “믹스드 헤어”에 특화된 살롱

런던의 미용실은 말 그대로 “다문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 믹스드 헤어의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고민을 자주 한다

예를 들어, 아시아 × 아프리카 × 백인 × 남미 등 4~5개의 문화가 섞인 경우.
컬리인지, 웨이브인지, 직모인지, 굵은지, 가는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용실 선택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아시아계 살롱에 가면 내 컬리를 다루지 못한다.”
“아프리카계 살롱에 가면 내 가는 모발이 맞지 않는다.”

런던에서는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정말 많아서, 전문 분야별로 살롱이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 그리고 일본과의 결정적 차이:

스트레이트(매직/펌)나 파마를 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적다.

이것은 정말 큰 차이입니다.

물론 기술적인 이유도 있지만, 근본은 **“문화의 차이”** 입니다.

런던 사람들은 자신이 타고난 모질을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 • 컬리는 컬리 그대로
  • • 스트레이트는 그대로
  • • 볼륨이 있으면 그 장점을 살린다
  • • 심지어 새치가 있어도 과하게 가리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원래의 소재 = 그 사람의 아름다움 그 자체”
라는 가치관이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 • 억지로 스트레이트로 만드는 것
  • • 억지로 강한 파마를 하는 것

이런 생각 자체가 적습니다.

물론 요청이 있어서 시술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본처럼 “콤플렉스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는 문화는 아닙니다.


■ 일본은 자연스럽게 “균일성”을 추구하게 된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이 그렇게 만들기 쉽기 때문입니다.

  • • 같은 민족
  • • 비슷한 모질
  • • 비슷한 얼굴 구조
  • • 비슷한 문화

즉, “평균치”가 명확하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모이기 쉽습니다.

헤어스타일·메이크업·패션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니클로의 모노톤 컬러가 잘 팔리는 것도 그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개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모두가 조금씩 답답함을 느낄 때도 있습니다.


■ 제가 런던에서 배운 것은,

“소재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압도적인 가치관이었습니다.

곱슬이어도 좋다.
직모여도 좋다.
모발이 적어도 괜찮다.
새치가 있어도 괜찮다.
비대칭이어도 괜찮다.

“어떻게 숨길까?”가 아니라,
**“어떻게 살릴까?”** 라는 시각.

이 생각은 런던의 다양성 속에서 깊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 제 일은 ‘머리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한” 극단적인 제안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

  • • 왜 그렇게 보이는가
  • • 어디를 어떻게 바꾸면 매력이 올라가는가
  • • 원래의 소재를 최대한 어떻게 살릴 것인가

이것을 정교한 상담을 통해 함께 찾아갑니다.

화려할 필요 없다.
과할 필요도 없다.

“당신다움을 보여주는 헤어스타일”
이것이 제가 런던에서 배우고, 지금 일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 마지막으로 — 개성은 “결점”이 아니라 자산이다

당신이 가진 모질은 세상에 단 하나.
누구도 완전히 따라할 수 없다.

그것은 개성이자, 아이덴티티이자, 아름다움이다.

런던의 다문화 살롱에서 수만 명의 머리를 만져본 경험을 통해, 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당신의 모질을 부정할 필요는 단 한 순간도 없다.

내 일은, 그 개성을 어떻게 아름답게 보이게 할지 디자인하는 것.
그것은 일본에서도 런던에서도 변하지 않는, 내 신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