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헤어스타일을 원하세요?”라고 묻지 않는 이유
미용실에 가면 가장 먼저 이런 질문을 들어본 적 있으시죠?
- “오늘은 어떤 스타일로 하실까요?”
- “몇 센티 정도 자를까요?”
- “염색은 어떤 색으로 하실래요?”
- “펌 하실 건가요?”
물론, 이런 질문에 잘 대답할 수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뭔가 잘 말 못 하겠어요” “어떤 스타일이 어울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느끼는 분들도 많습니다.
미용실이 병원이라면?
예를 들어 열이 나서 병원에 갔다고 해볼게요.
그런데 의사가 처음부터 이렇게 묻는다면 어떨까요?
- “A 치료랑 B 치료 중 어떤 걸 원하세요?”
- “약은 몇 일치 드릴까요?”
- “수액 맞고 가실래요?”
아마 “그걸 결정해주려고 온 건데…”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미용실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자주 일어난다고 저는 느낍니다.
모르겠다는 게 당연한 거예요
헤어스타일은 생명에 관련된 건 아니지만,
기분이나 인상, 나다움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실패하고 싶지 않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까 그냥 지금처럼 해주세요”라는 반응도 너무나 자연스럽습니다.
사람이 생각하고 느끼는 걸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건 전체의 5% 정도라고 해요.
나머지 95%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고, 애매한 상태로 남아 있게 됩니다.
그래서 저희 미용사들이 그걸 얼마나 잘 캐치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마카세”의 진짜 의미
스시집이나 레스토랑에서 자주 듣는 “오마카세”.
그냥 아무거나 주는 개념이 아니에요.
특히 일류 셰프가 말하는 오마카세는,
- 고객의 취향과 분위기를 파악하고
- 표정과 대화를 통해 그날의 상태나 기분을 느끼고
- 신뢰를 바탕으로 기대 이상의 것을 제공하는 것
그런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전제가 되어야 가능한 서비스예요.
미용사도 전문가입니다
우리는 병원에서는 의사에게,
레스토랑에서는 셰프에게 맡깁니다.
그런데 미용사에게는 전적으로 맡기기 어려운 이유는,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술이나 감각만이 아니라, “내 마음을 잘 알아줄 수 있을까?”
그게 신뢰의 핵심입니다.
Taka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처음부터 “어떻게 하실래요?”라고 묻지 않습니다.
- 요즘 어떤 게 신경 쓰이세요?
- 평소 생활 패턴은 어떤가요?
- 머리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감정이 있으세요?
이런 부분들을 정성스럽게 듣고, 오마카세 형식으로 제안드립니다.
하지만 그건 “전적으로 맡겨주세요”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고객의 마음을 최우선으로 존중하고,
그 위에 미용사로서의 경험과 지식을 더해, 함께 가장 좋은 선택지를 찾아가는 것.
그게 제가 생각하는 “오마카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