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에서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미용실은 좀 긴장되는 곳이에요.”
이런 말을 자주 듣습니다.
디자이너와의 거리감은 사람마다 다르죠.
말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고,
오히려 신경 써서 일부러 대화를 이어가려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미용실은 “말없이 있어도 괜찮은 공간”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해요.
상담 시간에는 충분히 이야기를 듣지만,
그 외의 시간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머릿결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모발 끝의 손상, 말리는 습관, 가르마의 방향, 모량의 균형…
그 사람의 라이프스타일과 현재의 기분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요.
그래서 저는 대화보다 ‘머리카락의 표정’을 관찰하는 시간이 더 많을지도 몰라요.
“아무 말 안 했는데, 딱 알맞게 마무리돼요.”
“말하지 않아도 편안해서 계속 오고 싶어요.”
그런 말을 들을 때 정말 기쁩니다.
물론, 말을 많이 하고 싶은 날도 있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겠죠.
그런 ‘분위기’를 제대로 느끼고 맞추는 것,
그게 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입니다.
미용실은
굳이 대화를 이어가지 않아도, 잘 정돈해주는 공간.
조용한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리셋할 수 있는 곳.
그런 공간이어도 충분히 좋은 곳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