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힘 ―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자신감

다양한 머리카락 질감, 피부색, 연령을 가진 네 사람이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함께 서 있는 모습. 개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를 담은 사진입니다.

혹시 이런 생각 해본 적 있나요?
“눈이 더 컸다면 좋았을 텐데…”
“머릿결이 좀 더 부드러웠다면…”
“저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

일본에서는 겸손한 태도가 미덕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자신에 대해 “나는 자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왠지 부끄럽게 느껴지는 문화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짜 자신감은 ‘완벽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할 수 있는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살리는 것이 진짜 아름다움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낀 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바라기보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소재를 살리는 쪽이 훨씬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거예요.

  • 곱슬머리라면, 그 움직임을 살리는 커트를.
  • 얼굴형이 신경 쓰인다면, 가릴 부분과 드러낼 부분의 균형을 고려한 스타일링을.
  • 흰머리가 있다면, 그것을 활용한 감각적인 컬러 디자인도 가능해요.

스스로의 특징을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디자인할 때 결국엔 나 자신에게도 잘 어울리는 ‘찰떡 같은’ 스타일이 완성됩니다.

이건 단지 머리 모양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예요.

없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이미 내가 가진 것들에 눈을 돌리는 것. 그것이 진정한 자기 긍정감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해요.


런던에서 느낀 유럽인의 ‘자기 긍정’

제가 런던에서 헤어 디자이너로 일하던 시절, 유럽 고객들은 자신의 개성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어요.

곱슬머리, 굵은 머리카락, 빨간 머리, 흰머리… 각자 다 다르지만 “이게 바로 나예요”라는 듯한 당당함이 있었습니다.

반면, 일본에서 온 고객들은 “머릿결을 바꾸고 싶어요” “흰머리는 꼭 다 가리고 싶어요” 같은 말씀을 자주 하셨죠.

그럴 때마다,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는 기준이 문화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족함을 안다’는 포기가 아니다

일본어에 『足るを知る』라는 말이 있어요. 직역하면 ‘충분함을 안다’라는 뜻인데요, 이건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참으라는 말이 아니에요.

오히려 “지금 이 모습 그대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강한 내면을 가진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나는 이 얼굴, 이 머리, 이 몸으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소중히 다뤄주고 싶다.” 이런 생각이 들면, 남과 비교할 필요도 없고 타인의 기준에 휘둘릴 일도 줄어들죠.

저는 미용사로서 ‘변화시키는 기술’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지닌 매력을 끌어내는 기술’로 사람을 마주합니다.

자신의 얼굴형, 머릿결, 분위기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통해 스스로를 더 좋아하게 되는 상태. 그걸 만드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아름다움은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물론 저 자신도 포함해서, 외모에 전혀 컴플렉스가 없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그래서 살롱에서는, 그런 고민을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하지만 외적인 변화에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였다면, 그다음은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일무이한 나’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요.

아름다워진다는 건 단순히 겉모습을 바꾸는 게 아니라 ‘지금의 나를 소중히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일지도 몰라요.

먼저 내 컴플렉스나 고민을 가능한 한 정리해보고, 그 다음엔 지금 눈앞에 있는 나 자신을 믿어보는 것.

그게 가능해지면,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삶의 방식이나 사람과의 관계까지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할 거예요.

비교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은, 지금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