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은 있었지만,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초록색 스웨터를 입은 여성이 흰 벽 앞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일러스트. 그녀 주위에는 “HELLO”, “こんにちは”, “Bonjour”, “안녕하세요”, “hola”, “ciao” 등 다양한 언어로 인사말이 쓰여 있고, 꽃, 별, 종이비행기 등 알록달록한 그림이 함께 장식되어 있다.
실력은 있었지만, 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얼마 전 치과에 다녀왔습니다.
치아 교정 상담을 받기 위해서였죠.

나이가 들수록 무의식 중에 이를 악무는 일이 많아지잖아요.
그 영향인지 치열이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고——
큰 문제는 아니지만, 접객 일을 하다 보니 외모 관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헤어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첫인상은 서비스 직종에선 정말 중요하니까요.
그래서 저는 전문 교정 치과에 상담을 받으러 가기로 했습니다.

실력이 뛰어나도, 맡기고 싶지 않았던 이유

그곳은 대학 교수로도 활동하는 유명한 의사가 운영하는 치과였습니다.
실력도, 경력도, 지식도 아주 훌륭했죠.

하지만——솔직히 말하면, 저는 거기서 치료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기술 설명은 상세했지만, 제 상황이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에요.”

제가 뭘 고민하고, 왜 지금 이 타이밍에 상담을 받으러 왔는지.
그런 배경이나 마음을 전혀 헤아려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런 절차입니다”
라는 식의 설명뿐이었어요.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건 “이 치열이 제 직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고객에게 어떻게 비칠지” 같은 조금 더 깊은 이야기였거든요.

그런데 의사는 “그건 고객한테 직접 물어보세요”라고 하더군요.
――뭔가,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미용실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다

이 경험을 통해 느낀 게 있어요.
미용실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날 수 있다는 것.

  • 설비가 좋고
  • 제품이 훌륭하고
  • 기술이 뛰어나도

그것만으로는, 마음이 움직이지 않아요.
오히려 더 중요한 건——

“나의 감정과 배경을 제대로 봐주고 있느냐.”

무슨 약제를 쓰는가, 어떤 기법을 쓰는가보다,
그 사람이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기술직이라도 결국은 “사람”이 전부예요.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가 하느냐가 더 중요하죠.

요즘은 어디를 가든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야말로, “누가 해주는가”가 가장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저는 지금까지 전 세계 1만 명 이상의 고객과 마주해왔습니다.
머리 고민뿐 아니라 생활, 직장, 라이프스타일까지—
최대한 진심으로 이야기 나누고, 그 사람에게 꼭 맞는 스타일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기술이나 도구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 사람의 일상이 어떻게 바뀌느냐” 라는 결과예요.

이번 치과 경험은 그런 점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줬습니다.
상담해주신 의사분께도 감사한 마음입니다. 고맙습니다.

“중요한 건, 의외로 너무 단순해서 자주 놓치기 쉽다.”

이 깨달음을 저의 일에도 잘 녹여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