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보다는 내 눈과 손을 믿는다.

“근거야말로 정답이다”라고 단정 지을 수 있는 이유는 사실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반(反)과학적인 입장이 아니라, 제 일의 ‘기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미용 업계에도 다양한 과학적 근거들이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이 성분은 모발에 좋다”, “이 시술 방법은 손상이 적다”, “이 주기로 다니면 탈모 예방에 좋다” 등.
셀 수 없이 많은 연구와 데이터가 존재하고, 그것들은 분명 귀중한 힌트가 됩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을 맹신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학적 근거보다는, 제 경험을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년 이상, 전 세계 1만 명 이상의 고객을 마주해왔습니다.
각자의 모발과 두피 상태, 고민과 바람은 모두 다릅니다.
그 모든 것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대화를 통해 이해해왔습니다.
데이터가 말하는 것은 ‘평균값’입니다. 하지만 제가 마주하는 것은 ‘개인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스타일을 제안할 때, 약제를 선택할 때, 기술을 사용할 때
제 기준은 “제 눈과 손, 그리고 감각”이 됩니다.
한눈에만 봐도 그 사람의 머릿결과 두피 상태를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염색을 했는지
・펌인지, 매직인지
・모발 손상의 깊이와 과거의 시술 이력 등
손으로 만져보면 대부분의 것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책이나 데이터를 통해 배운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치’ 때문입니다.
애초에, 근거라는 것은 변합니다.
몇 년 전까지 “정답”으로 여겨졌던 방법이,
지금은 “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바뀐 사례는 흔합니다.
“OO 성분은 안전하다”고 했던 것이,
몇 년 뒤 “피부 트러블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바뀌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그런 변화에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제 주변에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무리 좋아 보이는 이론이라도,
먼저 제 감각과 비교해 봅니다.
제 안에서 “좋아 보인다”고 납득되면 사용하고,
“뭔가 다르다”고 느껴지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용사의 일은
“정확함”보다 “어울리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성분이라도, 본인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리 유행하는 스타일이라도, 그 사람이 자기다움을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트렌드에도, 성별에도, 나이에도, 인종에도 얽매이지 않습니다.
“이 사람에게는 이 스타일이 어울릴 것이다”라는 고정관념도 가급적 갖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사람이 그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헤어스타일.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저는 “과학적 근거”보다는
그 사람을 마주하고, 느끼고, 제 눈과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길을 선택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