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려요”라는 말에, 사실 항상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느꼈어요

도시 거리에서 코트를 정돈하며 걷고 있는 선글라스를 쓴 스타일리시한 남성.
“어울려요”라는 말에, 사실 항상 어딘가 모르게 불편함을 느꼈어요

“어울리시는 것 같아요.”

헤어디자이너로서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해왔는지 셀 수 없을 정도예요. 하지만 솔직히 늘 마음 한구석이 찜찜했어요.

왜일까요? “누구 기준에서 ‘어울린다’는 거지?” 라는 생각이 늘 들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어떤 손님이 “이런 스타일로 하고 싶어요”라고 하셨을 때, 헤어디자이너의 시선으로 보면 약간 밸런스가 안 맞거나, 모발 특성상 재현이 어려울 수 있잖아요.

예전의 저는 바로 이렇게 제안했죠. “이 쪽이 더 어울리실 거예요.”

그런데 어느 날, 손님이 하신 한 마디가 크게 와닿았어요.

“어울린다고 하셔도, 저는 그 스타일이 별로 안 좋아요.”

…아, 그렇구나.

제가 말했던 “어울린다”는, 결국 제 감각이거나, 뷰티 업계의 정석, 얼굴형 진단 같은 외부의 ‘정답’에 불과했단 걸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 저는 “어울린다”는 말을 쉽게 하지 않게 됐어요.

대신, “당신이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은 어떤 느낌인가요?”라고 묻기 시작했죠.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결국 하나의 관점일 뿐이고,

  • 그 사람이 스스로를 좋아할 수 있는지
  • 거울을 봤을 때 기분이 조금이라도 좋아지는지
  • 사람을 만날 때 당당하게 눈을 마주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지

…그런 내면의 변화가 훨씬 더 본질적인 게 아닐까 생각해요.

물론 얼굴형이나 두상, 모발 특성에 맞춘 스타일 제안도 중요하죠.

하지만 그건 ‘강요’가 아니라 ‘선택지를 넓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울린다”를 목표로 삼기보다,
“내가 직접 선택했다”는 납득감이야말로
헤어스타일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닐까 해요.

그래서 저는 상담할 때 항상 이렇게 생각해요.

“이 분이 ‘이걸로 하길 잘했어’라고 진심으로 느낄 수 있을까?” 그걸 함께 찾아가고 싶어요.

어울린다는 말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사람마다 전혀 다르거든요.

그 차이를 진심으로 마주할 수 있는 헤어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